글로벌 경기침체에 수요 감소…쌓이는 재고에 생산량 조절반도체수출 26개월만에 역성장…글로벌 컨 운임도 최대 낙폭



(서울=뉴스1) 김민성 김종윤 노우리 기자 = 글로벌 경기침체 속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高) 여파로 하반기 소비 여력이 더 꺾일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소비 심리 위축 현상이 예상보다 거세고 수출과 내수가 모두 주춤하자 재고 문제도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급기야 철강, 석유화학 기업들은 제품 감산, 가동률 조정 등 생산량 조절을 통해 가격 하락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까지 직면했다. 특히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반도체 수출까지 흔들리면서 경기침체 공포가 커져만가고 있다. ◇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다시 '감산' 기로에 선 철강업계4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이달부터 스테인리스 생산량을 5만톤 가량 줄이며 수요 감소 대응에 나섰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일제히 설비가동을 축소했었는데, 2년만에 다시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다. 생산량 조절로 가격 하락을 방어하는 동시에 재고 수준을 낮추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스테인리스 생산량 조정이 있을 것"이라며 "시장상황에 맞게 제품 세일즈 믹스(Sales Mix)를 조정하는 등 유연한 생산 판매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포스코는 스테인리스를 제외한 제품의 생산량 조절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철강 시황에 따라 열연, 냉연강판 등 다른 제품군의 생산량 조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철강사들의 감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고 급증에 제품 가격 하락까지 겹쳤고 하반기 수요 위축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품 생산량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긴 쉽지 않다는 게 철강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 News1 최창호 기자◇ 재고 넘치고 수출 꺾이고 가격 급락 가능성…반도체 겨울 왔다반도체 업계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창고에 재고가 쌓이고 가격은 추락했다. 최대 교역국 중국의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교역 환경이 악화한 상황에서 반도체 수출마저 휘청였다.지난달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7% 감소했다. 출하는 줄었는데 반도체 생산은 17.4% 늘면서 반도체 재고는 전년 동월 대비 80.0% 급증했다. 반도체 재고가 쌓이면서 전체 제조업 재고율도 전월보다 1.3%포인트(p) 오른 125.5%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진행됐던 2020년 5월 이후 2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선 가격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7~9월) 낸드플래시 웨이퍼 가격 하락폭을 30~35%로 조정했다. 기존 전망치(-15~-20%)와 비교하면 하락 전망 폭이 두 배 가까이 커졌다. D램 고정가격도 5~6월 3.37달러에서 7월 2.88달러, 지난달 2.85달러로 떨어졌다.이런 상황은 지난달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7.8% 줄어드는 결과(산업통상자원부 발표 '8월 수출입 통계')로 이어졌다. 월별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올해 5월 14.9%, 6월 10.7%, 7월 2.1%로 급속히 둔화되다가 급기야 지난달에는 -7.8%의 큰 폭 감소세를 보였다. 반도체 수출이 역성장한 건 26개월 만이다.◇ 석유화학 NCC 가동률 낮춰…글로벌 컨 운임 '뚝뚝', 역대 최대 낙폭 경신석유화학업계도 수요 부진 여파로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NCC(나프타 분해 시설) 가동률을 80%로 낮췄다. 롯데케미칼의 NCC 가동률도 81%다. NCC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석유화학 사업의 출발점으로도 불린다.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이 가동률을 낮춘 가장 큰 이유는 석유화학 제품 수요 감소에 따라 스프레드(제품가-원가)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 핵심 지표인 에틸렌과 나프타 가격 차이(스프레드)가 올해 들어 손익분기점인 톤당 3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에틸렌-나프타의 스프레드는 올해 1분기 276달러에 이어 2분기에 234달러로 더 내렸다. 더 큰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시황 개선을 이끌만한 계기가 없다는 점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판매처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재고를 무조건 늘릴 수 없다"며 "하반기에도 석유화학의 시황 반등은 수요 부진 심화와 계절적 비수기까지 더해져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항만 적체 현상 완화에 해상 운임도 곤두박칠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로 물동량이 감소하고 있어 해상 운임 반등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지난 2일 발표된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 지수는 1주일 만에 주간 기준 역대 최대 하락폭을 경신하면서 2000포인트대로 진입했다.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6일보다 306.64포인트 내린 2847.62를 기록했다. 이번 낙폭은 SCFI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9년 10월 이후 역대 최대 하락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