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내용 요약주한 美대사 지명자 변형 CVID 용어 사용2004년 6자회담 때 중국 제안한 절충안당시 美, 北 고농축 우라늄 원하며 거부강경파 골드버그 변화, 북중 호응 주목[워싱턴=뉴시스]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가 7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상원 홈페이지 영상 캡처) 2022..04.07.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가 북한 비핵화 원칙을 거론하며 북한에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다만 철자를 하나 바꿈으로써 기존과는 다소 다른 뉘앙스를 풍겼다. 북한이 미 측의 이 같은 입장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골드버그 지명자는 7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 발언과 서면 증언에서 비핵화에 관해 "포괄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omprehensiv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CVID)"를 언급하며 "이는 어려운 목표지만, 우리 비확산 목표에 매우 잘 맞는다"고 말했다.골드버그 지명자가 CVID의 C를 '완전한(Complete)' 대신 '포괄적인(comprehensive)'으로 표현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CVID는 2002년 2차 북핵 위기 발생 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제시한 비핵화 원칙이다. CVID라는 용어는 2003년 8월 1차 6자회담 당시 처음 공식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골드버그 지명자가 이번에 언급한 변형된 CVID는 2004년 2차 6자회담 당시 중국이 처음 제안했던 것이다.2004년 2월 제2차 6자회담 당시 미국은 북한의 모든 핵에 대해 CVID 방식으로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북한에 선 핵 폐기를 요구하며 CVID 원칙에 따라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이후 경제적 지원과 북미 관계 개선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었다.이에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HEU) 핵 프로그램의 존재를 부인했다. 북한은 그러면서 핵무기 개발 계획만을 폐기하고 평화적 핵 활동은 유지하겠다고 맞섰다. 북한으로서는 CVID의 '완전한(C)'을 인정하면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의 존재를 확인하는 셈이었다. 이는 1992년 남북 비핵화 공동 선언 위반이 되고 나아가 이는 제네바 합의 위반으로 이어지게 돼있었다.북미가 물러서지 않자 중국은 CVID 문구를 조정해 타협점을 찾으려 했다. 중국은 북한이 거부감을 보이는 완전한(Complete)이라는 표현 대신 포괄적(Comprehensive)이라는 표현을 쓰자고 제안했다. 완전한 비핵화(CVID)는 이미 개발한 핵무기를 비롯한 핵물질과 ICBM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핵물질의 생산 및 농축을 위한 시설, 핵무기의 제조·저장시설, 연구시설 등의 폐기를 포함하는 반면 포괄적 비핵화(CVID)는 핵물질의 생산 및 농축을 위한 시설, 핵무기의 제조·저장시설, 연구시설 등의 폐기를 포함하지 않는다.그러나 미국은 제안을 거부했다. 미국은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을 폐기 대상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며 중국이 제안한 절충안을 거부했다.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제1차 선전부문일꾼 강습회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고 1일 보도했다. (사진 = 조선중앙TV 캡처) 2022.04.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6자회담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CVID는 미국의 대북 강경책을 상징하는 용어가 됐다. 북한은 CVID가 거론될 때마다 패전국에 강요하는 듯 한 용어라며 반발했다. 북한은 이 표현이 굴욕적이라며 이 용어를 쓰지 말라고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이후 CVID는 변형을 거듭했다. 북미 관계와 북한의 핵 개발 수준에 따라 미국의 북한 비핵화 원칙은 변화했다. 이 과정에서 포괄적 비핵화(comprehensive denuclearization),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verifiabl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 최종적이고 충분히 검증된 비핵화(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등 용어가 등장했다.문제는 이 같은 시도들이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은 6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했고 지난달에는 4년4개월 만에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북한의 핵 전력은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 북한 스스로도 핵보유국이라고 자칭하며 미국과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CVID에 대한 북한의 거부감도 여전하다. 친북 성향 재일동포 단체인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는 지난 1월 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는 조선의 국방력 강화를 위한 조치를 걸고 단독 제재를 발동하는 한편 유엔 안보리를 도용한 국제적 포위환 형성을 획책하면서 핵, 미사일을 포한한 조선의 모든 무기체계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VID)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강도적 논리를 국제 사회에 다시 유포하고 있다"며 미국을 비난했다.2020년 10월 유엔총회 1위원회(군축 국제안전 담당) 회의에서 북한은 CVID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주권국가의 내정에 간섭하는 무도한 행동으로서 전면 배격한다"고 반박했다.이 때문에 북한이 골드버그 지명자의 변형 CVID 발언을 계기로 태도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주한 미국대사는 북핵 협상에 직접 나서는 인물이 아니기도 하다.다만 골드버그 지명자의 성향을 감안할 때 미국의 대북 협상 태도에 변화의 조짐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없지 않다. 골드버그 지명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09~2010년 미 국무부 소속으로 유엔 대북제재 이행 담당 조정관을 역임하며 대북 강경파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그런 골드버그 지명자가 CVID 원칙 완화로 해석될 수 있는 언급을 한 셈이다. 이에 따라 애초에 변형 CVID를 제안했던 중국을 비롯해 핵 폐기 당사자인 북한이 미국과 협상에 나설 여지가 생겼다는 관측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