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29일 국회 보고에서 북한이 지난 24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두고 “신형인 '화성-17형'이 아닌 '화성-15형'”이란 판단을 유지한 가운데 미국 당국에선 공식적으론 신중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ㆍ미 당국 간 물밑 조율이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측이 화성-15형이라고 서둘러 발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어떤 종류의 ICBM을 쐈는지 묻는 질문에 “우리(미국)는 그 미사일 발사가 ‘ICBM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을 포함한 동맹 및 협력국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그 시험 발사를 계속 분석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이어 “그 이상으로 갱신할 소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북한은 지난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이튿날 관영 매체를 통해 발표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화성-17형이 아닌 화성-15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연합뉴스커비 대변인은 또 “나는 정보 평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지난 발사를 분석하고 있다. 나는 그 과정을 앞서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한반도를 관할하는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제임스 재라드 참모장도 관련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그는 이날 미 민간단체인 미사일방어옹호동맹(MDAA)이 '북한의 ICBM 발사'를 주제로 연 화상 회의에 참석해 “북한이 최근 발사한 ICBM의 정확한 명칭이 무엇이든 간에 이번 발사는 북한의 미사일 역량이 증대되고 있고 북한이 그런 역량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지난 발사 때는 "신형 ICBM" 발표이같은 미국의 반응은 앞서 북한이 지난달 27일과 지난 5일 잇따라 화성-17형 시험 발사에 나섰을 때와는 다르다. 당시 미 국방부는 한국 국방부와 함께 “앞서 2차례 실시된 북한의 ‘정찰위성 관련 중요 시험’이 신형 ICBM(화성-17형) 개발과 관련된 것으로 판단된다”(지난 11일)고 공식 발표했다.특히 커비 대변인은 “신형 ICBM의 최대사거리 시험 발사를 인공위성 발사로 위장하기에 앞서 새로 개발한 체계를 평가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북한이 지난 25일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이 시험 발사에 앞서 기동하는 모습. 뉴스1국방부도 이번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선 미 당국의 판단 보류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29일 국회 보고에 앞서 배포한 사전 자료에선 “각종 한ㆍ미 공조 회의에서 미국 측도 한국 측의 분석 기법과 평가 내용에 동의했다”면서도 “미국 측도 상세 분석을 진행 중이며, 화성-15형으로 단정하지는 않았으나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전문가들 사이에선 군 당국의 이같은 태도를 놓고 우려가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ㆍ미 당국 간 공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며 “핵심은 북한의 도발에 따른 군의 대비태세인데, 군 당국의 태도에서 그런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